[NEWS] 대한경제, 온라인 수목 거래 플랫폼 '루트릭스'

루트릭스 수목 유통 스타트업 식물 플랜테리어 조경 정원 홈스타일링
Sep 07, 2023
[NEWS] 대한경제, 온라인 수목 거래 플랫폼 '루트릭스'

고품질 수목(樹木) 제값에 직접 연결…“중개 마진 거품 50~70% 뺐죠”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다.
1857년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 건립을 추진하며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1822~1903)가 한 말이다. ‘조경의 아버지’로 불리는 옴스테드는 왕과 귀족 등 소수 특권층이 아닌 일반 시민을 위해 아름다운 공원을 설계하는 ‘조경가(landscape architect)’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고, 1899년 근대적 조경교육의 시초인 하버드대 조경학과를 탄생시켰다.
한국에도 ‘옴스테드의 유산’을 물려받은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2021년 11월 설립한 온라인 수목 거래 플랫폼 ‘루트릭스’다. 안정록 루트릭스 대표는 경기 파주 가야리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유니세프(unicef)가 주관하는 청소년 세계기후변화포럼 한국 대표로 나설만큼 생태학에 관심이 많았다. 이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조경을 접한 뒤 하버드대에서 조경설계석사 과정을 밟았다. 안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무(조경)를 가까이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해결하는데 큰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새단장 820억…정원도시 서울 6800억 투자
국내 조경시장은 2020년 기준 약 7조원 규모로 해마다 5%씩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녹지공간으로 재탄생한 광화문 광장의 총사업비가 820억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속 일상 정원을 만드는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에 2026년까지 6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시장은 더 크다.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조경 서비스 시장규모는 약 14조원, 세계 시장은 232조원에 달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1년 유지비용만 1300억원이다.
이처럼 시장이 커져가는데 국내 조경산업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보 비대칭 구조가 심각하다.
나무를 키우는 농장주(판매자)는 제 때 판로 확보가 어렵다. 판매 적기를 놓쳐 처분하는 수목이 연평균 5000주가 넘는다. 정원과 공원, 아파트, 리조트 등에 나무를 심으려는 구매자도 원하는 수목을 찾기 힘들다. 그 중간에서 중개업자들은 수목 가격의 50∼70%에 달하는 고율의 수수료와 유통 마진을 받아 챙긴다. 수기로 작성된 규격표와 보증되지 않은 품질표로 거래되는 폐쇄적인 유통방식은 중개업자들의 배만 불리고, 판매ㆍ구매자의 비용증가와 불만족을 초래한다.
산재된 조경 관련 법령과 모호한 주무 부처, 수목에 대한 가치평가(단가) 부재도 문제다. 조달청은 극소수 표본 농가 위주의 가격 고시에 대한 불만이 들끊자, 2021년 ‘조경수목 가격고시’를 폐지했다. 서울시 등이 자체적으로 품종별 규격ㆍ단가를 고시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쓰는데는 한계가 있고, 수목 농가들은 마땅한 생산기준이 없어 고충을 토로한다.
수목농가 237곳서 100만개 수목데이터 확보
루트릭스는 조경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연을 들이는 경험’을 쉽고 편리하게 바꾸려고 한다.
안 대표는 “조경용 나무는 수종과 품질에 따라 수백만∼수천만원의 고가 제품인데도, 차나 집을 살 때처럼 꼼꼼하게 따져보고 제대로 구매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수목 유통의 폐쇄적인 품질 정보와 유통 과정의 비효율을 해결해 좋은 조건으로 고품질의 수목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루트릭스는 기존의 ‘설계회사-시공회사-중개업자-농장주’로 이어지는 수목유통 단계마다 수수료가 덕지덕지 붙는 고비용 구조를 설계ㆍ시공회사와 농장을 한꺼번에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올-인원 서비스로 단순화시킨다는 전략이다.
루트릭스는 지난 1년 반 동안 전국의 수목 농장을 찾아다녔다. 이를 통해 수목 농가 237곳과 손잡았고 하루 평균 250주씩 총 101만개(주)의 수목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전업 수목농가의 4분의 1 수준으로, 보유 수목가치만 1000억원이 넘는다.
초기 공략 시장은 아파트 단지나 대형 공원처럼 조경 전문가가 투입되는 중대형 프로젝트 대신 사업비 1억원 미만의 ‘작은 정원’으로 잡았다. 개인이나 건축사,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수요자로, 비전문가들이 설계ㆍ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소규모 시장이 타깃이다. 서울 한옥 스타트업, 스몰웨딩 공간, 파주 카페, 양평 세컨하우스 등 중개를 통해 올 상반기에만 약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수요자 협력업체 53개, 공급자 협력업체 146개를 확보했다.
루트릭스는 1억원 미만 비전문가 정원시장에서 만든 데이터 플라이휠(성장 선순환)을 기반으로 향후 아파트, 공원, 리조트 등 전문가의 유통산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돼 라이다(LiDAR)를 활용한 나무 규격 자동 산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 : 2023년 09월 08일 ✏️ : 김태형 기자 🌐 :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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