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테헤란로를 센트럴파크처럼 공원화하고 싶어요

루트릭스, 수목 유통 스타트업
Aug 06, 2023
[NEWS] 테헤란로를 센트럴파크처럼 공원화하고 싶어요

사람들은 일부러 푸른 나무를 보기 위해 공원을 찾기도 하고, 트레킹이나 등산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자연이 주는 청량감과 힐링의 감성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루트릭스(ROOTRIX) 안정록 대표가 조경산업에 뛰어든 이유다. 어린 시절을 파주와 뉴질랜드에서 지내며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은 그는, 모든 환경이 커리어와 한 줄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행운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을 알아채고 잡기까지 그가 기울인 열정과 노력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조경은 사람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할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소중한 산업”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으로 인해 산업계 전반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은 걸 봤다. 생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대중에게는 더 높은 퀄리티의 조경공간을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연은 아름답다”…자연에 심취한 소년, 조경 전문가로 거듭나다

2023년 가회동 한옥스테이 프로젝트. <사진=루트릭스>

“나는 완전‘시골사람’이다.산 중턱에 자리한 집 옆으로는 포도밭이 있었고,그 뒤로는 푸른 산이 펼쳐졌다.우리 가족은 그 산을 등산하는 것으로 매 주말 아침을 맞았다.”

안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파주에서 자란 그는 비가 오면 온몸으로 빗방울의 선율을 느끼며 놀았고, 할머니가 키우던 닭장이 그의 놀이터였다고 한다. 당연한 줄만 알았던 그의 일상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중학교 때 일산으로 학원을 다니면서다. 더욱이 용인외고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교 친구들이 벌레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을 보고, 이를 실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런 점을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 ‘생태탐사대’라는 팀을 만들어, DMZ에서 식생조사를 진행한 안 대표는 지역별로 어떤 나무와 풀이 있는지 탐구하고, 겨울에는 월동하는 조류의 개체수를 조사했다. 고등학교 내내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한 그는, 유니세프에서 주관한 ‘세계 청소년 기후변화 포럼’에 한국 대표로 뽑혀 참석했다. 그 포럼에서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또래 친구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환경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을 알았다.

안 대표는 “보통 북미 쪽 친구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케냐나 몰디브에서 온 친구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집이 없어지거나, 물 부족 등 기후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은 경험을 얘기했다. 하지만, 내가 환경 활동을 시작한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라며, “자연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경 활동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그의 철학을 알렸다.

소복이 눈이 쌓인 논밭에서 두루미 떼가 ‘두룩두룩’ 우는 모습을 보고 경탄한 그는 ‘자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했고, 대학 전공도 환경생태공학부로 선택했다. 특히 환경조경학 수업을 듣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학문으로 만들어 놓은 느낌을 받았다는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교 GSD 조경설계 석사를 취득했다.

일원화되지 않은 ‘수목 데이터’…시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이 관건

하버드 시절, 그는 산업 전반적으로 뿌리 깊게 박혀있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동기 30명 중 2~3명 빼고는 나무에 대해 아는 친구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설계 단계에서부터 어긋나는 경우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2023년 합정동에 위치한 별감의 스몰웨딩 대여 공간. <사진=루트릭스>

안 대표는 “미국의 경우 생태복원까지 조경의 범위에 들어있다 보니 각각의 관심사가 특수한 범위로 치우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나무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루트가 부족했다. 두꺼운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야만 했는데 매번 이렇게 하면서 설계하는 것은 힘들다”라며, “이 때문에 보통 공간을 기획한 후, 식물을 설계한다. 그러다 보니 시공업자가 도면을 받고 ‘이 나무 없다’고 하면 설계가 다 바뀔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즉, 100의 노력을 기울여 설계하더라도 결국 대중이 보는 것은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군대 전역 후 미국으로 가 창업할 계획이었던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닫히자 2021년 11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루트릭스의 초기 아이디어는 우리나라 전체 수목농장의 데이터를 수집해 정립하는 일이었다. 수목은 등록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조차도 어디에서, 누가, 어떤 나무를 키우는지 모른다. 게다가 담당부처도 국토교통부, 산림청, 환경부 등으로 흩어져 있어 각 데이터를 일원화하기도 힘들다. 또 생산자 중에는 60대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웹사이트를 개설한 곳도 드물고, 나무의 수, 특징 등을 문서화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즉, 기초 데이터가 없는 시장인 셈이다.

 

수목 관련 온라인 쇼핑몰의 문제점도 상당했다. 사진의 포맷이 다 달라서 제대로 비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 가격 기준도 없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런 이유로 조경산업의 문턱은 높아져 산업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DMZ 생태활동 시절 안정록 대표. <사진=루트릭스>

루트릭스는 단순히 농장의 데이터를 모으는 일에서 그치지 않았다.나무는 수형이라고 하는 형태가 매우 중요해서 똑같은2m크기의 소나무라도 어떻게 굽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이에 드론과 라이다(LiDar)기술을 활용해 나무마다3D스캐닝을 시도해 각 나무의 특징을 잡아냈다.
 

건강과 경제성…도심의 경제적 가치에 결정적 영향 미치는 ‘조경’

창업 후 약 1년 반 동안 데이터 수집을 해온 루트릭스는 현재 조경 설계와 시공을 아우르는 턴키(Turn key) 서비스로 확장해 나아가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인테리어나 건축사 혹은 조경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호소하는 개인이다. 나무거래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던 루트릭스의 사업방향이 바뀐 것은 이런 고객의 니즈때문이다. 현재 루트릭스는 각 프로젝트에 맞는 시공팀과 설계팀을 선정해 이들에게 나무를 공급하며 협업한다. 이는 조경산업계에 없던 서비스 형태다. 즉, 산업구조 자체를 바꾼 것이다.

루트릭스는 올 상반기에만 6곳의 공사를 완공했다. 매출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12월을 시작으로 프로젝트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감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록 대표는 도심 속의 자연은 우리 삶의 ‘가치’와 연관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건강과 경제성이 모두 포함된다. 그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유지관리 비용만 일 년에 1300억원이고, 인원은 600~800명에 달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비용의 80~90%가 기부금으로 유지된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센트럴파크를 유지하는 것이 건물의 경제적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안 대표는 “우리 팀에는 꿈이 있다. 바로 테헤란로를 센트럴파크처럼 공원화하는 것이다. 도로를 지하화한 후, 그 부지를 조경공간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그때까지 좋은 조경문화를 만들어서 누구나 편하고, 쉽게 자연공간을 들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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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TRIX 루트릭스